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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흔, 2018.


기차 안에서 다 읽었다.

도서관에서 10명의 대기자를 기다려서 대출했다.

10명이나 예약한것치고 빠르게 빌렸다고 생각했는데

술술 잘 읽혀서 그런가보다.


누군가는 읽다가 어두워서 힘들었다는데, 나는 못 견딜 정도로 어둠을 느끼지는 않았다.

어둡고 차가움에서 오는 불편함보다는 

'그럴 수 있지'라는 위로에서 느낀 따스함이 더욱 두드러졌기 때문일테다.


편의상 '나'=나, '선'=선생님 의 대화라는 의미이다.


28p

선: 자신의 상태를 본인의 주관적인 느낌으로 굉장히 예민하고 우울하게 느끼고 있어요. 미치지 않았는데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하는 거 죠.

나: 맞아요. 하지만 제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면 더 괴로워져요. '나는 왜 이렇게 유난일까?' 이렇게요.

선: 기분부전장애는 찾아봤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33p - 고슴도치 딜레마

누군가에게 의존할 때 안정감을 느끼지만 불만이 쌓이고, 벗어나면 자율성을 획득하지만 불안감과 공허감이 쌓이는 생태. 매번 상대에게 지독하게 의지하면서도 상대를 함부로 대했다. 내게 많은 것을 주는 이들일수록 지겨워하고 지루해했다.


41p

선: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해결할 수 있어요. 자신을 알고자 하지 않으면서 '내가 왜 이러지'라고만 생각하면 안 돼요.

나: 저는 저를 잘 모르나요?

선: 자신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해요.

나: 저는 매일 감정을 기록하는데요?

선: 마치 제3자의 관점에서 쓴 거 같은 기록이에요. 힘들땐 무조건 내가 제일 힘든거예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47p

누군가가 좋은 날에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연습이 필요할까. 늘 날씨가, 몸이, 마음이, 정신이 어두울 때만 글을 쓴다. 좋은 생각을 하면서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묵직하고 어둡고 과잉 범벅인 게 싫다. 어쨌든 좋은 생각을 해보기로!


60p

선: 취미 생활이 스트레스가 돼면 안 돼요. 하지만 안 하는 이유가 두려움에 굴복해서는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61p

선: 지금의 나는 내 삶과 과거를 마치 실패한 것처럼 바라보잖아요. 하지만 어릴 때의 기준으로는 지금의 내가 굉장히 성공한 인생일 수도 있어요.


→ 이 부분에서 울컥했다.


67p

선: 사람이 원래 그런 거죠. '나를 선택한 사람을 내가 배신할 수는 없지'라는 생각 때문에 더 얽매일 수도 있어요.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는 마음, 혹은 가까워진 후엔 버림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 속에서 사는 것보다는 '내가 정말 이 사람이랑 잘 맞는 걸까, 어떤 면이 마음에 들고 어떤 면은 별로일까?' 같은 걸 따져볼 수도 있잖아요. 


128p

선: 사실 공포감은 무언가에 대해 '나만 알고 있을 때' 더 커지거든요. 혼자 고통받을 때보다 지금처럼 꺼내는 게 훨씬 좋을 수도 있어요. 애인 친구들도 만나기 싫으면 안 만나도 돼요.


192p

내 안에 없는 씨앗은 절대로 자라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평생 타인과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안에 없는 걸 만들어낼 방법은 상상과 공부다. 감정이입 역시 공부하고 상상해야 할 때가 있다.

감정이입은 저절로 되는 거라고 여기며 나를 움직이지 않는 많은 것들에 마음을 닫고 살아왔다. 하지만 내 안에 없던 걸 만들어내고 연대하는 순간이야말로 어른이 되는 하나의 길일 것이다.

(중략)

내가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이입할 수 없는 감정을 배우고 상상하는 것. 그게 타인을 향한 애정이며 내 씨앗과 상대의 씨앗을 말려 죽이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다.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끈을 놓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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