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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여름밤,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Arte(아르테), 2019.
전자책으로 읽었다.
코로나로 도서관이 닫아서 전자책 밖에 방법이 없었다.
솔직하고 적나라한 속마음을 보여주는 글이었다.
페이지는 전자책 페이지 기준이다(527페이지).
종이책은 244쪽이다.
32-33pp
"나는 이번 연애에서는 미친 사랑을 받고 싶었다. 너는 제정신인 사람 중에 제일 나를 좋아했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어려운 사랑은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건 개나 줘버려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했던 부분이다.
132p
"나로 인해 상처받는 너를 사랑한다. 눈물을 글썽이는 너를 보니 웃음이 날 것 같다. 내가 눈물을 닦아주면 너는 또 나에게 안길 것이다. 너의 상처는 나의 사랑으로 다시 치유될 것이다. 그러니 몇 번이고 나 때문에 울게 되기를."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337-340pp
"'네 기분이 풀렸으면 좋겠다'와 '네 기분을 풀어줘야 할 것 같다'는 비슷하지만 매우 다르다. 전자는 너를 위한 것이지만 후자는 나를 위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에 잠겨 있을 때 이를 기꺼워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왕이면 사랑하는 사람이 즐겁고 평안한 상태이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서 괜히 애교도 피워보고, 아껴뒀던 초콜릿도 나눠주고, 우스운 이야기로 기분을 환기시켜주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중략)
어쩌면 너는 기분이 나쁜 채로 있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네가 기분 나쁜 채로 있으면 어쩔 건데? 결국 네 기분만 나쁜 것이다."
상대의 기분에 따라 내 기분도 변하는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무력감이 든다. 상대와 내가 독립된 개체란 걸 인정해야한다.
391-393pp
"내가 부모로서 부족하다면 그로 인해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건 아이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지만 처음부터 부모가 될 자신도 없고 능력도 없고, 의지조차 애매한 나같은 사람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나의 가상의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은 그 아이를 낳지않는 것이다.
(중략) 나는 확신한다. 나의 아이라면 세상 그 누구보다 나의 결정이 옳았다고 이해해줄 거라고. 그리고 우리가 만나지 않기로 한 것이 내가 그 아이를 위해 베풀 수 있는 최선의 모성애임을."
수 해 전에 '내 아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낳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지금 나를 감당하기도 벅차다.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할 각오가 없다. 세상에 맞서서 아이를 지켜낼 각오가 없다.
410-411pp
"너와 함께 살기 시작하며 나는 마음속 한편에서 늘 우리가 언제 불행해지기 시작할까 궁금했다. 언제부터 다정한 말들이 뾰족하게 변하고, 함께 있을 때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늦게 들어온다고 화를 내고, 서로를 짜증 섞인 태도로 대하고, 지겨워지고, 헤어지지 못해 사는 관계가 될 지 궁금했다.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들도 다 그렇게 변한다고들 하니까. 같이 살면 그렇게 된다고 하니까. "
행복하고싶지만 그럴 수 있을지는 가봐야 아니까.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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