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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7] 말이 칼이 될 때

이아무 2021. 2. 7. 15:34

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 어크로스, 2018.

 

천부인권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모호한 영역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차별이 명확한 영역에서도 차별을 대놓고 하는 것 같지만, 모호한 영역 안에서 더 많은 일어나고 있다. 가시화되지않아서 모를 뿐이다. 어쩌면 모호하다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관심을 갖지않으면 모를 영역이기도 하다. 그 모호한 영역을 알고 싶었다. 혐오표현과 표현의 자유의 관계(183p)와 '가만히 있지않겠습니다'가 의미하는 바(220p)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책에서 어느정도 답을 얻을 수 있었다.

 

77p

실제로 혐오표현이 누군가를 지칭했건 아니건, 그 해악은 소수자 집단 전체에게 미친다. 혐오표현의 해악이 이렇게 '전염성' 또는 '집단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혐오표현은 일종의 '집단 명예훼손(group defamation)' 또는 '집단 모욕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혐오표현은 일반적인 모욕이나 명예훼손보다 그 해악이 크다고도 할 수 있다. 그 해악이 개인만이 아니라 소수자 집단 전체에게 미치기 때문이다."

 

80p

제레미 월드론(Jeremy Waldron)은 혐오표현 규제가 "모욕, 불쾌감, 상처를 주는 말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의 공공선과 정의의 기초에 관한 상호 확신의 공공선"을 지킨다는 점에 주목한다. 월드론이 말하는 공공선은 사회의 각 구성원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조건을 말한다.

 

183p

국제 기준도 마찬가지다. 자유권규약 19조 3항은 타인의 권리 존중 등의 이유가 있다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우리나라 헌법 37조 2항도 국가 안전 보장, 질서 유지, 공공복리 등의 이유가 있다면 필요한 한도 내에서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표현의 자유는 불가침이 아니라서 '한계', '제한' 또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20p

제3자들이 혐오에 가세하게 되면 소수자들은 더욱 고립되면서 혐오와 차별이 고착화되고 소수자들의 피해가 더욱 확산된다. 어떤 집단에서 혐오표현이 차별과 폭력으로 진화해나가기까지 이러한 확산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단적인 폭력이나 학살은 제3자가 동참하거나 최소한 묵인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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