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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영, 『일기시대』, 민음사, 2021.
초등학교 때는 반강제로 일기를 썼다. 일기 검사가 있었으니까.
좀 더 커서는 자발적으로 썼다. 한때는 참 열심히 썼을 때도 있고
스티커를 붙여서 열심히 꾸며보기도 했었다.
스스로 일기에 애착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일기와 일기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을 것 같아서 읽어보았다.
149p
"일기를 쓰고 있을 때 누가 들여다보는 건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쳐다보는 것이고, 일기를 다 쓰고 보여주는 건 옷을 다입고 보여주는 거란다."
164p
"나는 이따금 나를 시험한다. 새로운 경험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가. 변수에 얼마나 덜 취약해졌나. 이런 척도로 내가 얼마나 건강해졌고, 회복했는지 가늠한다. (중략) 그런데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새로움은 준비운동을 안 하고 수영장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165-166pp
"개인이 각자의 정신이 미치지 않도록 기울이는 노력의 형태는 조금씩 다를 것이다. 글만 쓰면 안 된다고, 새로운 경험이 글을 밑천이 될 거라는 말은 반만 맞다. 글쓰기는 도자기 빚기와 같다. 도자기를 빚을 때, 물레는 계속 비슷하게 돈다. 도는 행위는 유지되지만, 미묘한 손길에 변화를 줌으로써 도자기의 형태와 아름다움이 빚어진다. 그러므로 도자기를 빚는 인간에게 왜 자꾸 도냐고, 왜 자꾸 똑같은 동작만 반복하냐고, 그만 돌고 새로운 것을 하라고 말하는 것은 이상하다. 그 사람은 거대한 반복 안에서 자신만의 내밀하고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는 주문이나 새로운 것을 향해 뛰어들라는 유혹은,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내면에서 발생시키는 실질적인 새로움을 보지못하는지도."
222p
"아주 깊은 잠에 빠진 사람을 깨우는 방법은 "당신은 잠에서 깨어나도 안전합니다. 당신은 현실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요. 우리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끊임없이 말해주는 것, 잠자는 사람에게 그 말을 전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37-238pp
"관계의 발전은 다른 고통에게 나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으로, 상대가 내가 아닌 이유로 행복해하고 내가 아닌 이유로 절망하는 모습을 받아들이며 시작된다."
262p
"카페나 식당에서, 내가 나가자마자 테이블을 정리할 때처럼 조금 서운하다. 그 감정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같이 탄 사람이 손가락을 이미 '닫힘' 버튼에 올려 놓은 장면을 목격할 때와 유사하다. '저 사람에게 나는 완전히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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