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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문학동네, 2018.
최근 좋은 작가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책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이 있어서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추천받았다.
흥미를 끌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종종 내가 애써 외면했던 면들을 보여준다.
늘 새롭게 괴롭다.
<601, 602>는 다른 책에서 읽었다.
『한정희와 나』(2018)에서 읽었다.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이었다.
좋았던 구절들과는 별개로 가장 울림이 컸던 것은 <모래로 지은 집>이었다.
모래가 등장했을 때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모래와 같은 첫인상을 가진 사람이다.
주인공에게 모래가 소중하듯 내게도 소중한 인연이었다.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 속에서 누군가를 반복하여 부르는 행위를 의식해본 적이 없다.
한 번 신경쓰이니까 자꾸 눈에 띈다.
<모래로 지은 집>에서 모래가 공무를 부를 때,
<아디치에서>에서 랄도가 하민을 부를 때.
누군가 반복해서 부르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29p (그 여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부분을 저에게 보여줬어요. 저는 그 사람을 위로했고, 그 사람도 저를 위로했죠. 어떻게 우리가 두 사람일 수 있는지 의아할 때도 있었어요. 네가 아픈 걸 내가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내가 아프면 네가 우는데 어떻게 우리는 다른 사람일 수 있는거지? 그 착각이 지금의 우리를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들로 만들었는지도 몰라요."
84p (지나가는 밤)
"책을 펼쳐보니 연필로 줄을 긋고 메모한 흔적이 가득했다. "invoice-송장" 옆에 "시체가 아님"이라고 써놓은 식의 메모였다."
이런 류의 농담이 좋았다. 한참 진지하게 읽다가 실소가 터져나오고 긴장이 풀린다. 하지만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93-94pp (지나가는 밤)
"혼자를 견디지 못하고 사람을 찾게 될 때가 있잖아. 그게 잘못은 아니지. 외롭다는 게 죄는 아니지. 알면서도 왜 네가 그러고 지내는 모습을 견디기 힘들었을까. 너에게서 내 모습이 보여서였나봐. 그게 너무 지긋지긋해서 그랬나봐. 나도 그랬으니까. 나는 그저 마음을 억눌렀던 것 뿐이었으니까."
209p (고백)
"그런 밤이 있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 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 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피조물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싶은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이야기해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고 나의 신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던 밤이 있었다."
243p (아디치에서)
"웃으면서 답했지만, 대화를 잘 이어나갈 수 없었다. 외로웠고 누구라도 붙잡아 말을 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실제로 대화가 시작될까봐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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