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이다혜•최세희•조영주, 『범죄영화 프로파일』, 민음사, 2020.
네이버 클립을 책으로 엮은 책이다. 이런 형식인 것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책을 처음 펴고 형식에 당황해서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22p (가스라이팅)
“이다혜: 가스라이팅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신뢰가 있어야 성립하기 때문에, 피해사실을 자각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굉장히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불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가스라이팅 피해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데 가장 어려운 지점이 바로 그 부분일텐데요.”
193p (걸캅스)
“이수정: 리벤지 포르노도 사실은 포르노가 아니죠. 상업화된 것만 포르노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 것, 분명한 불법 동영상을 포르노라고 부르는 데다 그 앞에 리벤지라는 말까지 붙여 버림으로써 사실을 왜곡해 버립니다.
리벤지라 하면 뭔가 복수할 만한 일이 있었다는 전제를 깔고 가는 것인데, 일단 남자와 헤어지는 것은 복수를 당할 만한 일이 아니지요. 단지 이해가 쉽다는 이유만으로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의 용어 사용은 지양해야 합니다.”
264p (번지점프를 하다)
“이수정: 교사가 유달리 더 애정을 작고 관심 어린 눈길로 지켜봐 주었을 것이고, 여러 가지 불편함을 해결해 주었을 것이며, 선물을 줬을 수도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확신을 가질 정도로 완벽하게 상대를 현혹시키는 것, 바로 그런 것들을 마치 동물이 털을 다듬는 것과 같아 ‘그루밍’이라고 합니다.
301p (번지점프를 하다)
“이수정: (소아 성애를 성적 취향이라 볼 수 있는가?) 이 주장은 아동도 어른처럼 성적인 반응을 할 수 있다는 오해에서 출발합니다. 아이들에게도 물론 성적인 욕구와 쾌락이 있지만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성인과 똑같은 수준의 성적인 쾌락을 느낄 수 없습니다. 오히려 고통을 주지요. 드라마 속의 소아성애자는 그런 사실에 대한 눈곱만큼의 이해도 없이 본인의 욕망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는 성적 취향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상대방에게는 그야말로 폭력이고 고통스러운 피해입니다. 그것에 대한 이해도 현저히 떨어지고 공감 능력이 낮은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