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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개마고원, 2013.


부제는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이다. 

차별에 적극 가담하는 이십대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 기저에 있는 생각과 그 생각이 어디서 왔는지 분석한 후,

이러한 시류를 바꾸기 위해서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제시한다.

출판된지 4년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한 내용이다.


84p

"이십대가 자기계발을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던 바로 그 사람들이 되기 싫어서다. 이것이 자신을 자기통제적인 자기계발로 몰아붙이게 하고, 덩달아 시간관리에 대한 신념은 더욱 강화되며, 이 신념은 타인을 평가하는 고정관념이 되어버린다."

 

91p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공감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은, 어쨌든 모든 건 자기 할 탓이라는 자기계발 논리에 길들여진 결과이다. 자기계발서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을 측정하고자 했다. 고통이란, 한 개인이 특정한 현상에 반응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자기계발서는 고통을 객관적으로 비교 가능한 것으로 해석한다."

 

95p

"아무리 아름다운 문구로 치장된, 그래서 읽기에 한없이 편안하게 쓰였다 할지라도 그것이 자기계발서라면 어떤 책이든 패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내용이 넘쳐난다. (중략) 실패의 원인을 구구절절하게, 하지만 근시안적으로만 제시한다. 그만큼 패자에 대한 편견들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106p

"본인이 얼마나 공부를 했든 말든, 그래서 그 노력에 만족하든 말든, 이 모든 것이 저수로 전환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학입시 결과가 확정되는 순간 한국의 어떤 이십대도 온전히 기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위치가 어디건, 자신을 제친 누군가는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학창시절 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사연에는 누구도 공감해주지 않고, 현재 드러난 순위대로만 자신을 재단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십대들은 안다. 그걸 신경 쓰지 않기는 어렵다."

 

114p

"이십대들은 지방대에 대한 무시를 겉으로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어떤 통념이 자리 잡고 있다. 그 통념은 서로를 소개하거나 할 때, 상대의 대학이름을 듣는 순간 작동한다."

 

174-175pp

"(IMF 시대의 저자가 본 광경을 소개한 후) 살아남은자들은 일상의 각오를 원점에서 다시 수정했다. ‘인생 막장 구렁텅이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해야 될 일이 명확했다. 이들은 자녀들에게,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절절하게 설명했다. (중량) 지금의 이십대들은 당시 자기계발 = 성공이라는 식의 설명을 수도 없이 들으면서 자랐을 것이다. 따라서 성공하지 못하는 원인을 이 과정의 부족으로 이해하는 것은 너무 당연해져버렸다."

 

175p

"지금의 이십대들은 유년시절부터 이미 남들을 밀어내고 안도감을 얻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왕따라는 집단 문화도 자기가 낙오자가 될까 봐 불안한 나머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세우고 싶어하는 개인들이 누군가를 멸시하는 대열에 동참함으로써 자신은 그 멸시받는 대열에 들지 않기 위한 안도의 행위였다."


마지막 부분을 읽다보면 천주희의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2016)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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