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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송(저), 『하지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윤의진(그림), 프런티어, 2018.
24-25pp
“연애하거나 결혼하지 않는 여자를 멸시하고 가치 없게 여기는 관습은 너무나 굳건하고 뿌리 깊다. 그렇기에 연애의 파업을 선언하는 것도 정치적 액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것이 숲의 세계처럼(영화 <더 랍스터>), 연애하는 이에 대한 배제나 응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어차피 가부장제 하에서는 ‘너무’ 연애하는 여자나, 연애하지 않는 여자가 결만 다를 뿐 같은 보복과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25p
“중요한 것은 연애해도, 연애하지 않아도, 여성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상식적이고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나는 유실물이 아니다. 한 남자와 독점적인 친밀성을 기반으로 연애나 결혼관계를 형성하지 않은 여성은 길에 떨어져 있는, 주인을 찾아주어야 하는 물건이나 강아지가 아니다.”
142p
“폭력은 선물처럼 건네는 것이 아니라 투척하는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씌운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꼿꼿하게 앉아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동안에도 내 마음은 쪼개지고 다쳤다. 소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견디고 ‘괜찮은 척’하는 것은 언제나 약자의 몫이다.
“받지 마라”가 아니라 “주지 마라”가 되어야 하고, ‘어떻게 받을지’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주지 않을지’ 가르쳐야 하는 이유이다. 나는 우아하고 싶지 않다. 여자에게는 우아하지 않으도 되는 권리가 필요하다. 부당한 일을 겪지 않아도 되고, 겪었을 때는 흉해 보일까 봐 걱정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한다.”
150p
“강요하고 권장하는 순간부터 싹싹함은 어떤 기질이 아니라 을의 조건으로 작용한다. 분위기를 밝게 만들지 않아서, 어른들에게 사랑스럽게 굴지 않아서, 사람들의 활력소가 되지 않아서 누군가를 괘씸하게 여기고 비난한다고? 그것이 그저 ‘감정적 착취’일 뿐임을 기억하자.”
179p
“잘 먹는 여성이 보기 좋다는 말은 기만이고, 또 다른 결의 억압일 뿐이다. 잘 먹어야 한다. 그러나 살 쪄서는 안 된다. 그러면 그 ‘잘 먹는’ 식성은 ‘추한 것’이 되니까. 타고난 식사량이나 식성이 딸린다면, 잘 먹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숭을 떨거나 까탈스러운 여자가 되니까.”
228p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뛰어난 여성이 되어야 한다고 배웠고, 이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괴롭혔다. 내가 여성의 열등함을 증명하는 표본이 될까 봐, 그리하여 각종 차별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 다른 여성들에게 피해를 끼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오직 뛰어난 인간만이 차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그것은 그 사회가 심각하게 뒤틀려 있다는 증명일 뿐이다.”
247p
“세상에는 분명 나쁜 부모가 있고 아이는 가족을 선택할 수 없다. 아이는 인생의 대부분을 가족 내의 최약자로 살며, 세상은 언제나 부모의 편을 더 들어준다. 그렇다면 가족과 분리될 권리와 가족을 증오할 수 있는 자유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가정 내에서 아동학대를 당한 피해자에게 어른이 되었으니 잊으라고 하거나, 지나간 일에 연연한다며 다그치거나, 또는 ‘가족인데 어떻게 모른 척 하느냐’는 식의 반응에 대한 비판이다.
252-253pp
“옛날 같으면 밥 짓고 빨래하고 시집갔을 나이라는 말을 ‘딸’에게만 하는 저의, 개천의 용은 왜 언제나 수컷이며 어떻게 그 개천이 마르지 않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누군가는 실질적으로 미싱을 도리는 중이며 선생님들이 우리를 겁주려는 용도로 ‘공부 안하면 미싱질’ 운운해서는 안된다는 것까지.
253p
“<위로공단>(2014)은 지금까지 은폐되거나 축소되어온 여성들의 노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이른바 ‘공순이’라고 불렸던 여성의 저임금, 고강도 노등은 ‘한강의 기적’ 운운하는 경제 급성장의 한 축이다. (…) 집안의경제를 책임지지만, 가장으로서의 대우도 받지 못 한다. (…) 여전히 노동자의 이미지는 남성이고 집안을 책임지는 사람은 큰아들이며, 가장은 기혼 남성이다. 여성의 노동은 부수적이고 주변적이며 비전문적인 것이 된다. 마트 직원, 콜센터 직원, 승무원 등 대개 ‘여성의 일’로 성별화된 직군에서는 어김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260-261pp
“엄마의 육아는 기본값이고, ‘바보’인 게 당연하며, 바보 수준이 아니면 나쁜 엄마라고 욕을 먹기 때문이다. 오직 아빠만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가정적이고 다정한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다. 아빠는 랜선 육아와 조금 비슷한 역할이다. 24시간 아기를 밀착 마크할 필요도 없고, 휴일이나 남는 시간 등에 아기와 놀아주거나 엄마를 ‘도와주는’ 정도만 해도 온 세상이 박수 친다. (…) CF처럼 행복과 미소가 가득한 순간은 육아에서 극히 일부분이다. 딸바보들은 이 짧은 시간대에 활동하며, ‘딸바보인 자신’에 심취한다.”
261p
“딸은 아빠를 어떻게 바보로 만들까? (…)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과 애교로 아빠를 사로잡는다. 딸의 성격이나 성향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된다. 이것은 딸이 짊어지는 감정 노동이자 대상화이다. 아들보다 속을 덜 썩일 것이고, 나중에 부모에게 잘할 것이라는 기대는 입양에서 압도적인 비율로 여아가 선호되는 현상으로도 나타난다. 딸바보의 머릿속에는 자신을 싫어하는 딸, 자신과 맞지 않는 딸, 뚱뚱하거나 예쁘지 않거나 무뚝뚝한 딸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자신이 예뻐할 만하고 사랑함직한 천사의 이미지만 둥둥 떠다닐 뿐이다.”
264-265pp
“딸을 천대하는 심리와 선호하는 심리는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 자식이 아닌 딸, 사람이 아닌 여자로 대한다는 점이다. 멸시와 숭배는 한끗 차이다.
(…)
딸과의 달콤한 미래를 꿈꾸는 아빠들은 알아야 한다. 딸은 여자로 태어났을 뿐 아빠를 딸바보로 만들 만큼 귀엽거나 예쁠 의무가 없다.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니라 분담하여 책임지는 것이다. 아이를 보호하고 잘 돌보는 것은 의무이고, 칭찬받거나 자랑할 일은 아니다. 엄마들이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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