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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미 기쿠에(지음), 『폴리아모리』(부제: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 곽규환, 진효아(옮김), 해피북미디어, 2018.

 

글쓴이가 폴리아모리 세계 밖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폴리아모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읽기에 좋다. 생소한 개념에 차근차근 천천히 접근해나간다. 나는 배경지식이 전무한 채로 폴리아모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으므로 이러한 접근 방식이 도움이 됐다.

 

4년 전, 강의에서 한 학생이 폴리아모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주제를 제안한 학생은 학생 중 가장 선배였다.

그 수업은 갓 신입생이 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제안한 학생 다음으로 내가 가장 연장자였다. 이제야 다양한 세상에 눈뜨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 생각이 났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나 당시 했던 생각들이 떠올랐고

정말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이 조심스럽게 해주신 말씀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에서는 잘 지내는 폴리아모리스트의 사례들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폴리아모리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그러한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만나고 헤어짐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사랑하는 이야기만큼 많은 정보가 있지는 않아 아쉬웠다

 

 

10-11pp

"다자간의 사랑이긴 하지만 폴리아모리에는 조건이 있다. 자신과 관계하는 모든 이들에게 교제 상황을 공개하고, 합의를 통해 관계를 맺는다. 따라서 파트너에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숨기는 자는 폴리아모리가 아니다. 또 폴리아모리는 성적인 관계를 목적으로 하는 스와핑과는 구별된다. 폴리아모리스트가 지향하는 관계는 감정적/정신적으로 깊이 소통하는 지속적인 관계다.

(중략)

동시에 여러 사람을 좋아하게 된 자신과 파트너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자신과 파트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이것이 폴리아모리의 매력이며 지향점이다."

 

 

21p

"나를 폴리아모리 연구에 착수하게 만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빛나는』 (중략)."

 

다음에 읽어봐야지.

 

 

119p

"폴리아모리 윤리의 핵심은, 끊임없이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바람과 기쁨, 슬픔과 아픔을 나누고 직면하는 것이다."

 


155p

“”메타모어*라고 해서 꼭 서로 사이가 좋은 건 아냐. 하지만 그건 친척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니까.” 반면 동거 중이거나 교류가 잦은 메타모어들은 서로를 형제나 가족처럼 여긴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메타모어(metamour): 폴리아모리 세계에서 내 연인이 사랑하는 존재를 일컫는다.

 

 

164-165pp

폴리아모리스트가 갖는 메타모어와의 유대에 대해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 사람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아무렇지 않은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폴리아모리스트는 진심으로 사랑하니까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도 받아들일 수 있는 거야라고 반론한다. (중략) 조사과정에서 나는 폴리아모리 세계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려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배려는 오히려 그들의 복잡한 생각과 상황을 방증한다. 이런 맥락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해도 아무렇지 않은 거야라고 말하며 그들의 관계를 재단하는 것은 폴리아모리스트들에게 가하는 일종의 폭력일 수도 있다.”

 


170p

푸코는 성 혁명에는 자유 실천이라는 문제가 생략됐다고 보았다. 즉 자유를 어디까지 실천할 수 있느냐는 주체의 윤리적 물음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푸코가 지적한 윤리성이야말로 폴리아모리의 중요한 과제다. 폴리아모리는 사회가 금기시하는 억압 속에서 어떻게 하면 다수의 사람들과 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한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이 점에서 폴리아모리와 성 혁명은 분명하게 구별된다.”

 


181-181pp

모건(가명, 조사대상자)BDSM이 마인드 플레이에 가까운 행위며 핵심은 상호 신뢰라고 강조했다. 이 사람이라면 내 욕망을, 깨끗한 부분과 더러운 부분, 약한 모습과 강한 척하고 싶은 모습을 전부 드러내도 괜찮다는 믿음.”

 


229p (역자의 말)

사랑과 사람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쉽게 수용되지 않는 세상이다. 길어 봤자 100년 남짓 살다 가는 개인의 입장에서 하나의 세상은 당연한 세계로 인식된다. 하지만 하나의 세상은 많은 이의 의도(대개는 돈 많고 힘센 이들의 것이다)에 의해 치밀하게 배치되고, 그것이 강력하게 작동하며 만들어진 것이다. 가령 현대의 사랑 및 결혼의 윤리와 형태는 최근 한 세기 동안 장착된 문화다. 하지만 생애 주기가 짧은 개인은 이런 변천의 내막을 실감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힘세고 나쁜) 세상에 대해서 분통을 터뜨리지만 그 세상이 구성한 규율과 윤리에는 쉽게 수긍하고 순종한다. 내 삶에 세상의 규율과 윤리를 장착해서 어떤 세계가 옳니 그르니 열심히 따져보고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 자체는 바뀌지 않을 수밖에. 그래서 보다 최대한의 세계, 그 가능성을 믿고서 스스로의 내적 윤리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개인들이 중요하다. 그들이 곧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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