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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희,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사이행성, 2016.
"이 책은 오늘날 대출받아서 대학 가는 일이 당연해져버린 사회에 대한 비판서다. 교육은 상품이나 금융부채를 통해 장려돼선 안 된다."(20p)
고등교육이 어떻게 대학생을 채무자로 만들고 그 이후의 삶까지 컨트롤하는지를 담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받는 사람은 자신이 '채무자'라고 생각하지않지만 한국장학재단에서는 대학생을 'OOO 고객님'이라고 부른다. 채무자인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대학 입학부터 졸업까지 필요한 비용을 정리한 표가 있었다. 여기에는 교육비와 생활비가 모두 포함된다. 이 표의 사례에서는 총 1억 1330만원이 들었다. 여기서 한 달 식비는 3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30만원으로 멀쩡한 식생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39-40pp: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사립대가 증가했다. 이 때 직업전문학교에서 학원비만 내면 습득 가능한 기술이 대학으로 대거 흡수되었다. 그 결과 기술습득비용은 학원비 정도의 비용에서 대학등록금의 수준이 되었다.
교육비용이 상승한 원인 중 하나가 5.31 교육개혁이었나보다. 그 당시의 나는 어렸고 '5.31 교육개혁' 자체를 이제서야 처음 들어봤다.
∘120p: 학자금 대출을 어떻게 포장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학자금 대출’을 세련된 금융 상품으로 포장해 선전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건 다른 대출과 다르다. 교육비로 빚을 지기 때문에 당연한 거다.’라고 생각한다. 학자금 대출은 ‘교육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 다른 대출이나 금융부채와는 다르다고 여기는 것, 이러한 오인화는 사회적으로 ‘채무자’라는 낙인에 대해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것이자, 교육비를 부채로 마련하는 구조를 양산하는 명분이 되기도 한다.”
∘121-122pp: “오늘날 채무를 진 학생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혹은 채무자임을 거부하는 이유는 ‘채무자’를 개인의 도덕성과 연관지어 판단하기 때문이다. … 개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받으라고 장려하는 사회는 그들이 빚을 졌다는 이유만으로 죄를 지은 사람으로 취급한다.”
∘142p: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 가장 많이 공포를 느끼는 때는 신용교육을 수강하면서 ‘신용유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부분이다. 학생들은 ‘신용불량’, ‘신용유의’라는 말에 공포감을 느끼고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신용을 개인이 잘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게 하고, 그것을 관리하지 못했을 때는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시스템 때문이다.”
∘132p: “든든학자금 대출은 비면책 채원이기 때문에 개인이 파산신청을 하더라도 갚아야 한다. 파산을 하더라도 면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면책 채권으로는 주로 세금, 과태료, 벌금, 파산자가 악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 등이 있는데 든든학자금 대출도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다.”
∘168p: “‘학생-채무자’란 일차적으로 학생이 되기 위해서 빚을 지는 자를 뜻하지만, 이는 각각의 사회가 ‘배우는 자’로서 학생을 어떻게 대하고 생산하는지, 그리고 이들을 ‘빚 진 자’로 호명하면서 새로운 금융주체로 생산하는지 보여 주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에서 ‘학생-채무자’가 출현한다는 것은 한국사회가 상상하는 사회적 재생산 양식이 (금융)부채를 통해 재생산되고 있음을 뜻한다.”
비면책 채권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 학자금 대출이 여기 속하는 것도 처음 알았고, 비면책 채권에 속하는 다른 것들과 동등한 위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학자금 대출이 복지의 가면을 쓴 금융상품이라는 느낌이 빠르게 밀려온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학생-채무자' 계층이 새로 등장했으며 사회는 이들에게 낙인찍힐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준다. 신용유의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일상 속에서 하나 하나 버리고 가난에 종속되도록 만든다. 인간관계조차 교환관계로 생각하지않으면 견딜 수 없게 만든다. 호혜를 갚지 못할 것 같으면 죄책감을 느끼고 거부하기에 이른다.
∘194-195p: “돈 줄여야 할 때가 생기면, 줄여 본 경험이 있으니까 먹는 거부터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기본 식권 받은 것은 낸 돈이니까 일단 먹고, 이게 전체 끼니수가 아니고 절반도 안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컵라면만 먹은 거예요.(강가람 인터뷰)”
“대학(원)생이 유독 식사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가람 씨의 말처럼 ‘줄여 본 경험’이 있어서 가장 먼저 식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생활비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 본인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한정된 수입에서 1순위는 주거비, 2순위는 빚 상환 그리고 식사는 맨 끝 순위로 밀려난다.”
∘239p: “내가 10만원을 아껴가지고 1년에 120만원을 만들어서 바뀔 수 있는 환경이면 미친 듯이 10만원을 아끼지. 버스 탈 거 걸어다니고 아끼는데, 10만 원, 15만 원 아낀다고 해서 120만원 모은다고 해서 여기서 달라지는 거는 없고, 120만 원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도 없고요.(문태주 인터뷰)”
식비 줄이는 얘기가 정말 공감된다. 가끔씩은 외부 밥 먹고 학식이나 매점 샌드위치를 먹다가, 점점 가끔 학식을 먹고 컵라면을 먹는 일이 잦다. 배가 많이 고프면 컵라면과 함께 1000원이 좀 넘는 김밥을 먹는다. 몇 년 전에는 1000원짜리 김밥도 있었는데 요즘은 제일 싼 게 1300원이라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몇 개월 전에 1년짜리 적금이 만기 됐다. 아끼고 아껴서 한 달에 10만원을 넣었다. 내 심리적인 액수는 만기 금액이 1200만원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손에 쥐어진 것은 120만원과 이자 만오천원 정도였다. 원래는 만칠천원이었는데 일정 액수를 떼갔다. 만칠천원을 위해 일년동안 버틴 것이 억울했다. 물론 10만원도, 120만원도 내게는 아주 큰 돈이다. 하지만 내가 이것을 위해 그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 이후로 적금은 그만 넣고 10만원으로 친구만나서 밥을 먹기도 하고 평소에 먹던 것보다 몇 백원 더 비싸고 내가 먹고싶은 음식을 먹는다.
∘197p: “지난 해 서용구 교수는 ‘1985~2015년 서울지역 대학생 빈곤화’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지난 30년 동안 서울에 사는 대학생들의 상화이 열악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연구는 ‘ULI(University student Living Index)지수’를 활용해 서울 지역 물가와 아르바이트(과외비)의 변화를 추적했다.
이 지수는 195년 0.72에서 1995년 0.42로 낮아졌다. 그리고 2015년에는 0.21로 떨어졌다. ULI 지수는 1.0에 가까울수록 학생들이 스스로 경제활동을 통해 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좋음을 나타낸다. … 이 연구는 대학생들이 벌 수 있는 수입에 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훨씬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물가는 오르고 수입은 없다. 앞으로 몇 년은 더 이렇게 지내야하는데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 지금 생활비도 적은 돈이 절대 아니만 조금씩 모자란다. 앞으로 얼마나 더 빚지고 살아야할지 갑갑하다. 빚지기 싫다.
∘273p: “기본 소득이란, 개개인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함으로써 ‘상징적(사회적 인정), 사회적(자유 시간, 활동하면서 느끼는 행복감), 경제적(소득) 재분배를 평등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청년소득 얘기와 연관되어 기본 소득 이야기가 나왔다. 기본 소득이라는 단어 그 자체는 들어봤지만 어떤 것인지는 처음 알았다.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지금 당장에는 금전 그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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