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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사·연희·지승호,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 철수와영희, 2015.
밀사와 연희는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들이다.
(ggsexworker.org)
이 책의 부제는 ‘우리의 존재가 실천이다’이며,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시작임을 의미하는 것 같다.
성노동 문제에 대한 의견이 아주 다양하게 분포하고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 언급하기 조심스럽기는 하다. 책을 읽기 전에는 성노동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막연히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잘 알지도 못 한 채로 근거 없이 가지는 감정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책을 읽으면서 어떤 방향으로든 나의 논리를 가지고자 읽게 되었다.
나는 성노동자에 대해서는 생각을 바꿀 의지가 있었으나 성구매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성노동자-성구매자는 뗄 수 없는 관계인데 그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해도 되는 것인지 생각해보고 싶었고 다르게 생각한다면 내 의견을 내세울만한 근거를 찾고 싶었다.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사자들이 사라지는 것이 곧 모든 문제의 해결이라 여기고 그것을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합니다.”(25-26pp)
여기서 부제의 의미를 유추해낼 수 있었다.
“성노동을 인정해서 왜곡된 성인식이 강화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나라처럼 성의 상품화가 횡행한 곳이 또 어디 있나요? 이게 다 성노동 때문이라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성노동은 그 결과일 뿐이에요. … ‘성적 매력 어필=성상품화’라고 도식화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자신의 성적 어필이 타인에 의해 물화되고 원치 않게 소비 되며, 그로써 자신이라는 개체의 존중성이 훼손된다는 것이 성 상품화 문제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여기서 전복을 꾀할 수도 있겠죠. 성적 매력 어필이 객체화가 아닌 주체화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요.”(58-59pp)
성적 어필 자체가 성상품화는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여기에서 예시로 화장, 하이힐, 치마 등 여성 개인의 기호가 성적 기호로 인식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는 여성 개인의 탓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섹스를 지켜야할 무엇이 아니라 충분히 즐겨야 할 무엇이라면 …”(65-66p)
처음에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성을 음지에서만 이야기하면 부작용만 생길 거라고 생각해왔으면서 실제로는 나도 쉬쉬해왔던 것 같다. 성을 지켜야 하는 것, 깨끗한 것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책임 하에 최대한 즐기는 것이라면 삶이 달라질 것 같긴 하다. 머리로는 받아들이긴 했는데 아직 마음으로는 거부감이 남아있다. 최근 들어서 성에 대해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 고민했었는데, 그 고민에 도움이 될 만한 말이었다.
“성노동에 대해 ‘몸을 판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섹스=몸’이라는 건 틀린 사고예요. 여성에게 다양한 특질이 있고 섹스는 그 중 일부일 뿐이잖아요. 성노동은 구매자의 요구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고요.”(105-106p)
‘성노동은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지 사람을 파는 것이 아니다.’ 이것만 확실히 해도 처우가 개선될 것 같다.
“성노동이 여성인권을 하락시킨다는 주장은 제겐 같은 여성으로 인정 못 하겠다는 애기로 밖에 안 들리거든요.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이 순결한 여성에게 피해를 준다’는 식의 사고방식에 동의할 수가 없어요.”(113p)
여성인권의 한 부분이 성노동자의 인권이다.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다루어지는 방식에 따라 여성으로 인식되는 성노동자도 그러한 방식으로 대접받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운동 내부에서도 성노동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나는 아직은 성노동이 여성인권에 영향을 주는 부분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와 별개로 성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개인의 의지로 성노동을 그만 두고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차차 다른 일을 찾아볼 수 있도록 돕는 현실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내는 것이 우선이다. 한편, 자신이 원해서 성노동을 계속 하길 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분들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의견을 취해야할지 모르겠다. 다른건 다 괜찮은데 위의 구절에서 말한 부분이 아직은 걸린다.
여전히 혼란스럽다. 세상 일을 모두 설명하고 이해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욕심난다. 내가 다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 논리적으로 설명되고 납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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