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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새로미 지음, 정진우 일러스트,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현암사, 2019.
여러 언어를 하는 사람들이 언어마다 자아가 달라지는 것 같다는 얘기하는 것을 종종 들었다.
'달라지는 자아'는 각 언어의 문화적인 특징을 반영된 것이다.
여러 언어를 이용하면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을 시작으로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33p
“말을 적게 하는 것이 권력의 상징이 되면, 질문하고 자꾸 말 시키는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나의 권위를 해치는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41p
“질문하기를 좋아하는 유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한마디도 안 지려고 한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질문하는 일은, 특히 어른에게 질문한다는 것은 그에게 던지는 도전장으로 간주된다. (중략) 논리로 아이를 이길 수 없는 성인인 내가, 문화와 언어의 힘을 빌려 비열하게 상대의 입을 막는다.“
89p
“타인을 드세다고 부르는 것은 자기 고백에 가깝다. “여자가 저렇게 드세면 남자들이 안 좋아해”, “어린 놈이 당돌하네”, “쪼끄만 게 맹랑한 소리를 하네” 등은 상대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씁쓸함과 약간의 비통함 그리고 악의를 담아, 좀 복수하듯이 이르는 소리다. 남을 드세다, 당돌하다, 맹랑하다고 부를 정도의 권력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는, 혹은 그런 권력을 선언하고 싶다는 무의식의 목소리다.
106p
“현상에 이름이 붙고 진단이 따르고, 그 언어를 통해 바깥과 연결되는 경험은 거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누구도 나를 도울 수 없을 때, 나조차 나를 돕는 데 관심이 없을 때 모든 것을 달라지게 하는 일은 아주 작은 데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외부의 말로 붙은 이름을 배우는 것, 그 이름을 통해 내가 혼자가 아님을 아는 것.”
110-114pp.
“많은 이들이 ‘억울’이나 ‘서운’ 같은 한국어 감정을 영어로 분해해보는 활동을 매우 흥미로워 한다.
(…)
슬프고, 좌절스럽고, 화가 나고, 약간은 모욕당한 것 같은 느낌, 그 외에도 사실 각자에게 조금씩 다른 것, 우리가 합의하지 못한 이 거대한 부정적인 감정의 덩어리인 억울함.
(…)
나는 어릴 때 “한은 한국인 고유의 정서이며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무엇이다” 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다.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것으로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부정적인 감정의 거대한 덩어리를 귀신처럼 모시고 자랑스러워하면서 개개인이 건강하기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한이 21세기 한국어에서 ‘억울’의 모습을 하고 있다.
(…)
감정을 언어화하고 더 나아가 두 언어를 오가며 그 감정의 스펙트럼을 시험해보는 일은 당신의 마음에, 그리고 우리의 소통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20p
“인생의 위험들을 모두 감수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잘 살펴서 그것이 나를 질문하게 하는 것인지, 그래서 내가 답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겁에 질리게 만들어 더 이상의 생각을 닫게(shut down) 만드는 것인지를 잘 구분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172p
“’잡무’를 하나하나 분리해서 기억하고 기록하기만 해도 좋다. 나부터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자. 여기 아닌 다른 곳에서 가더라도 먹고 살 기술들이 하나둘 늘어날지 모른다.”
예) “ ‘전화 돌려서 가격 뽑아내는’ – ‘건축사들이랑 가격 협상하는’ (negotiate price with buil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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