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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 『라면 :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 세미콜론, 2021.

 

어릴 땐 몸에 안 좋다며 잘 먹지 못했던 라면

그 때는 라면이 매워서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몇 년 전에는 구멍난 생활비를 메꾸려고

저녁마다 컵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그 나이때쯤부터는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생활비를 아끼면

병원비로 그만큼 또는 그 이상 지출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글쓴이는 살면서 라면에 진심이었던 사람이고

자신만의 라면 신념이 있는 사람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라면을 끓이는 법에 대해 썼다.

일생을 라면과 함께 하다보니 라면을 끓이는 각 단계마다 어떤 추억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분명 라면 끓이는 얘기였는데 어느새 글쓴이가 살아온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다.

라면을 잘 끓이는만큼 글도 맛있게 쓰셔서 가볍게 읽었다. 종종 웃기도 했다.

 

115p

"그해 여름이든 올해 여름이든 한국의 여름이란, 한 달이 넘도록 거의 매일 불쾌지수 90 이상으로 환산되는 높은 습도를 기록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20년째 흘러나오는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있어.'라는 노래 가사대로 정말 하늘이 열린 채로 비를 쏟아내는 계절인 것이다."

 

151p

"라면은 어떤 맛이냐면, 대충 어른의 맛이야. (중략) 눈물에서는 짠맛이 아는데, 라면국물하고 비슷한 맛이야. 그렇지만 어른이 짠 맛만 느끼는 건 아니야. 자라나고 살아가다 보면 어떤 순간은 달아서 발가락까지 간지러울 거고, 어떤 순간은 눈물 쏙 빠지게 맵기도 할거야. 씁쓸하지만 달콤하고, 시큼하면서도 새콤하고, 짜다가도 싱겁고, 그렇게 알고 있던, 또 몰랐던 맛이 같이 느껴질 거야. 그게 어른의 맛이고, 라면의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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