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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없음 준비팀, 『참고문헌 없음』, 2017.
디자인: 우유니게, 책임편집: 고나리, 마케팅: 책은탁
책을 구하지못해 쩔쩔매던 차에 선뜻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5p 탈선-문학의 이름으로
"가해지목인에게 말한다. 틀을 깨야 하는 것은 당신이다. 상상력이 부족한 것 또한 당신이다. 당신이 가진 상상력은 스스로의 기득권에 의존한, 뻔하고 비루한 성질에 불과하다. 스스로의 도덕적 타락에 대해 변명하고 스스로의 죄를 은폐시키기 위하여 불러낸 이름일 뿐이다. 아무도 자숙과 절필을 당신의 형벌로 정의하지도, 죗값으로 합의하지도 않았다. 당신의 사과문은 자성 없고 비겁하다. 그것으로 당신의 죄를 가리기에 당신의 상상력은 그 크기가 협소하고 모양이 추악하다."
18-19pp 위와 같음
"너와 나에게 자성을 요구한다.
1. 우리를 옥죄고 억압하는 기득권의 본질과 나와 너의 위치를 인지하자.
2. 문단과 문인의 '명예'라는 이름 뒤에 은폐된 이면을 보자.
3. 고백과 자성을 자기혐오로 환원하지 말고 회복과 성장, 연대로 나아가자."
38-39pp 정민재, 정유진, 문태영, 박혜원-'탈선' 자유발언
"(정유진) 경중을 따져서는 안됩니다. 이 문인은 저 문에 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니까. 그저 연락만 취했을 뿐이니까. 혼란이 일어날 정도의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니까. 저는 이런 말들이 이 사건을 가볍게 만들고 앞으로 일어날 잠재적 사건들에 대해서도 묵인을 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156p 권여선-형
"그녀는 나의 앎, 나의 긍지, 투명한 핵, 가장 보드라운 속살, 최후의 감각, 사랑의 샘, 나를 사뿐히 들어 올리는 힘. 그러니 부디 살아 있으라. 희미하지만 영원히 여성적인 너."
223-224pp 이성미-참고문헌 없음
"성폭력은 성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의 문제다. 폭력은 상대방의 자기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침해함으로써 한 인간의 자존감과 존엄을 짓밟는 행위다. 더 파괴되었는지 덜 파괴되었는지 묻는 것은 법과 제도의 일일 뿐이다. 타인이 나를 파괴하는 경험이 주는 상흔은 깊고, 같다.
폭력을 저지른 사람이 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잘못을 지우려고 한다. 너는 강제성이 무엇인지 합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너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져가는지 모르는 사람이다. 너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사람이다. 너는 잘못이 드러났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다. 너는 인간은 인간적인 선택을 할 때만 인간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너는 너에게 인간적인 선택을 할 기회가 언제나 있었고 지금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리고 너는 시를 쓰고 소설을 쓴다."
227p 위와 같음
"남성의 욕망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이해해온 것은 아니었는지, 나도 그렇게 가르친 것은 아닌지. 남성의 지배적 시선으로 해석된 여성성에 나를 맞춰온 것은 아니었는지. 여성시라고 불렸던 것은 남성이 원하는 여성성의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었는지.
나는 이미 읽은 한국문학을, 세계문학의 고전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문학이라는 것을 처음 읽기 시작한 사람처럼."
이 뒤에 누군가의 글 어딘가에 나왔던,
가해자 낙인에 대해 주의해야 할 점을 이야기했던 문단. 처벌은 처벌 그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갱생에 있다는 것. 매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라는 것.
[20180306] 윗문단이 어느 구절에서 나왔는지 잘 찾지 못하고 있다. 분명히 봤다고 생각하는데 착각일까. 윗문단과 관련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부분을 기록한다.
254-255pp 오혜진-'페미니스트 혁명'과 한국문학의 민주주의
"더 근본적으로 질문돼야 할 것은 '가해(혐의)자의 가해 이전에 생산된 과거 작품들, 즉 성폭력 사건과 무관한 작품들을 폐기하는 일이 가해 (혐의)자에 대한 사회적 처벌로서 정당한가'의 문제다. (중략) 대부분의 성폭력 가해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금전적 배상 따위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의 상실 및 그가 속한 인적 네트워크로부터의 고립이다. 그 점을 감안할 때, '사회적 물의를 빚은' 문인으로 낙인찍힘으로써 문지 시인선에서 탈락하고 그의 자리가 '공백'으로 남는 것은 가해자에 대한 가장 상징적이고도 효과적인 처벌이 될 수 있다. (중략)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대응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문지 시인선이 지닌 '권위' 자체를 뒤흔드는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갱신된 사회적 인신과 감수성을 갖춘 새 세대 문학 구성원들이 한국문한의 '권위'와 '영예'의 내용 및 그 세목을 자발적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장면이지, 가해자를 가해자로 낙인 찍고 기왕의 문학 질서를 어떤 흠결도 없는 '순결한' 것으로 표백하는 일이 아니다. 문지 시인선과 그것에 속함으로써 일정한 예술적 시민권을 획득한 이들은 영원히 '비평'과 '역사화'의 대상으로 남음으로써 그들의 작품과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문지 시인선을 비롯한 기왕의 문학적 권위가 새 세대의 비평적 개입을 통해 심문에 부쳐지고 재해석되는 것이야 말로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의제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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