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포터 지음, 『맨박스』, 김영진 옮김, 한빛비즈, 2016. 처음부터 끝까지 ‘선한 남성’들을 강조한다. 이 ‘선한 남성’들은 남성중심주의, 가부장제, 이성애중심주의, 호모포비아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데 과연 선하다고 할 수 있는걸까. 이 책의 예상 독자로 자신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남성이 포함된다. 처음부터 ‘너는 불평등에 의한 부당한 권력에 편승하여 이익을 취하며 그것이 잘못된 줄은 알지만 타성에 젖어 특권을 내려놓기 싫어하는 치사한 인간이다. 너는 그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라고 하면 거부감부터 들테니 ‘당신은 선한 사람이다.’를 몇 번이나 강조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정도로 기죽이지않고 떠받들일 필요가 있을지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32p“남자라면 늘 섹스를 원하고 절대 사양하거나 거절하지 않..
김애란, 『바깥은 여름』, 문학동네, 2017. 이번에 읽은 책들은 사랑하는 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고맙다.대학에 진학한 이후 도서관만 줄곧 이용해왔다.인기도서와 신작도서는 읽기 힘들었다.구독하는 페이지에서 을 보고 이야기했더니 자신도 이 작가를 좋아한다며 책을 주문해주었다. 내가 얼른 읽고 돌려주겠다고 하고 지금에서야 돌려준다. 오랜만에 읽은 한국문학이라 그런가,표현들이 섬세하고 고소했다.간결하고 사실 또는 주장을 담은 글들을 주로 읽다보니호흡이 길고 꾸밈이 있는 글을 읽는데 어색했다. 같은 사건은 아니지만 연상되는 기억이 있는 소설들이 있었고괜히 쓰리고 답답했다.각각의 이야기는 가상의 누군가의 일상의 단편을 포착하여이야기의 시작이 시작이 아니고 끝이 끝이 아닌 인상을 주었다.그렇기에 각 인물의 과..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문학동네, 2015. 27p“자기 이익을 지속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라도 양보하고 타협해야 함을 깨닫는 것이 합리성이다. 이와 동전의 양면처럼, 양보하고 타협하지 않는 개인의 이익이 지속가능하지 못하도록 ‘반대 인센티브(불이익)’를 적절히 제공하는 것이 사회의 합리성이기도 하다.” 35p“훌륭한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실은 나도 소년 시절 내내 절실하게 하던 생각이다. 어른들은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말하곤 하지만 행복한 사람이 된다는 게 얼마나 큰 야망인데. 그걸 절실하게 소망해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얘기하지만 말이다.” 62p“세상을 아군과 적군, 정의와 불의로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이들은 천사도 악마도 아닌 인간의 현실적인 모..
김현진, 김나리,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박하, 2016. 대부분이 두 사람의 카카오톡 대화로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84-85pp수미: “저도 물론 남자와 둘이 술 마시고, 나에게 다정한 남자들과 다정한 품을 기대하며 여러 번 섹스를 해봤지만, 아침에 모텔에서 나올 때면 늘 남자와 섹스한 게 아니라 나의 어떤 마음과 했다는 기분이 들곤 했어요.” “난 그런 아침이면 항상 그들에게 사과 문자를 보내곤 했어요.” “내가 술에 많이 취했다, 미안하다, 다시 그런 일 없을 거다, 라고요.” “남자들이 당황하더라구요. 여자 쪽에서 사과한다는 것에.” “그들이 나를 놓고 실수했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바로 잡고 싶었어요.”민정: “수미씨 진짜 재미있다. 그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착각하지 말아줘, 실수한 건..
한국여성의전화 엮음,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오월의봄, 2017. 정희진 선생님은 들어가는 글에서 여성의 일은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벗어난 다음 단계로 ‘사소하다고 생각된다’는 데서 벗어나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말했는데 그 말이 인상 깊었다. 사소하다고 생각되는데서 벗어나야 정말로 사소하지않은 일로 여겨지는 사회이다. 8p(들어가는 글)“경험은 겪은 것이 아니다. 선택적인 기억이다. 경험은 철저히 정치적인 것이다. 무엇을 잊고, 무엇을 의미화 하는가, 내가 겪은 일은 어떤 것인가. 경험은 저절로 기억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인식할 수 있는 시각이 생길 때, 비로소 ‘떠오르고’ 인지되고 해석된다.” 11p(들어가는 글)“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은 이성애 제도를 이렇게 비유하곤 한다. ‘늑..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 도서관 예약이 한참 밀려 예약조차도 불가능했다. 그 상태가 몇 달 째 지속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선물 받아서 읽을 수 있었다. 186p(작품해설-김고연주)“우리 주변의 많은 여성들이 김지영처럼 눈을 감아 버리고 입을 닫아 버린다.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예상할 수 있고 그 일은 피로와 무력으로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서도 소수의 여성들은 목소리를 낸다. 이 여성들이라고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리 없다. 다만 비슷한 경험에서 비롯된 공감과 누군가로부터 받은 도움에 힘입어 자신을 위해, 그리고 다른 이들을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이다.”“김지영의 증상은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하지만 ‘여성혐오 사회’..
미나토 가나에, 『고백』, 김선영 옮김, 비채, 2009. 반나절 만에 다 읽었다.재밌지만 무섭기도 하다고 했다.무섭다는 의미가 귀신나오고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초자연적 현상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인간이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의미이다.전자의 무서움은 내가 정말로 싫어한다. 한 사건에 대해서 다양한 사람의 시각을 담아 재해석하며조금씩 사건이 진척되는 모습 또한 볼 수 있다.각 사건에서 누구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 볼 수 있어서무척 입체적인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성인의 양형기준을 따르지않는 청소년범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지금까지도 충분히 논란이 있었고나 또한 한가지 결론으로 못박기에는 복잡한 문제이다. 어린 아이에게 느낄 수 있는 '순수한 악'의 연장인것 같다.그 행동을 왜 하면 안..
리쯔쉰, 『과잉근심』, 강은영 옮김, 글담출판사, 2016. 사랑과 결혼 관련 부분에서 이성애 중심적이고 남녀의 성격과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지은 것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유용했다. 거슬리는 부분에서도 남자/여자라는 표현을 두루 사용할 수 있는 단어로 바꾸어 읽으면 도움이 된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 걱정에서 단기적, 장기적으로 점차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을 제시해준다. 일반적으로 퍼져있는 생각을 뒤집어 다르게 생각하도록 돕고, 이를 통해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이 책 표지에는 수척해진 사람이 자신의 깡마른 손을 가슴에 얹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큰 글씨로 ‘과잉근심’이라고 적혀있다. 이 책을 본 지인은 내가 읽을 것 같은 책이라고 했다. 평소에 걱정이 많다는 것을 알..
서늘한여름밤,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위즈덤하우스, 2017. 서늘한여름밤님의 글 중 몇 가지를 추려서 펴낸 책이다. 종종 접했으나 모든 에피소드를 읽은 적은 없었다. 서늘한여름밤님의 모든 글을 읽기엔 엄두가 안 났는데 한 권의 책이라면 읽을만할 것 같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27-33pp – #너에게 사랑받은 이야기http://blog.naver.com/leeojsh/220365663561이 글이었다. 페이스북에서 태그를 받아서 읽었었다. 1년쯤 됐나. 그 땐 그런가보다했는데 다시 읽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사랑해주어서 나를 지지해주어서 고마운 마음. 40p - #상처는 사람을 강하게 만들지 않는다“누구도 상처를 통해 강해지지 않는다. 상처를 통해 강해지라고 하는 말은 대부분 그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