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달, 2013. 원하는 나이의 외모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배경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불사의 몸을 원해왔지만, 막상 불사에 가까운 삶이 가능해졌을 때 생길 세상에 대해서는 자세히 생각해보지않는 것 같다. “언젠가부터 친구를 사귀는 것이 두려워졌다. 더 이상 친구들이 나보다 먼저 죽거나 나와 같이 하루를 버텨내듯 망각의 구덩이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96p) “어쩌면 아는 것은 과거고, 의심하는 건 현재이며, 모르는 것은 미래인지도 모른다.과거는 지독하건 좋건 간에 언제나 아름다움으로 남기 마련이고, 현재는 그저 늘 불안하기만 한 것이다.(…)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놓을 수 없는 채로, 그저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자비에 돌란(Xavier Dolan), 단지 세상의 끝(It’s Only the End of the World, Juste la fin du monde), 2016. 영화를 보기 전, 누군가의 평의 보았다. ‘우리 아버지 왈, 콩가루 집안이다.’ 어떤 가족일지 궁금했다. 단지 한국 정서에 안 맞는 가족일지, 보편적으로 누구든 견디기 힘들 가족일까. 내 지식의 범위 내에서는 후자에 속한다. 나는 이런 집에서 못 견딘다. 영화 내내 긴장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정에서 착취당하는 사람들과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집이 최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래도 가족이 최고지. 가족에게 돌아가.’라는 사람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다.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claim the Lineage: No more Lonely Feminists 이민경,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외롭지않은 페미니즘, 봄알람, 2016 줄여서 '외않페'라고 불렀다. 줄여놓으면 맞춤법이 틀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더 눈에 밟혔던 책이다.딱딱한 역사책일까봐 읽기가 망설여졌었다.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페미니즘에 대한 나의 역사, 한국의 역사, 계의 역사를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의 30% 정도는 내 이야기로 채울 수 있는 책이라 다 읽었을 때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책이 되었다. 나의 역사와 세상의 역사를 이을 수 있게 도와줬다. 59쪽에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꼽은 '성폭력 추방에 영향을 미친 10대 사건'의 사건명이 적혀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에 가면 해당 사..
Damien Chanelle, 『La La Land』, 2016. 성숙한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했고 둘 다 잘 됐다. 사랑한 기억은 과거의 즐거운 기억 정도로 남아있다. 누군가는 그것도 꿈이 있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했다. 각자의 꿈을 존중하고 재능도 있고 열정도 있는 사람들 얘기였다. 나는 지쳐있었어. 그래서 다른 날처럼 이입해서 보지않았고 그래서 덜 슬펐다. 다 잘 풀렸는데도 조금은 슬펐다. ‘나는 항상 너를 사랑할거야.’라는 대사가 있었다. 단순히 사랑한다는 의미만을 담은 말은 아니었다. ‘오래 볼 수 없다해도 너를 사랑하고 당신의 꿈도 사랑해. 언제나 응원할게. 네가 원하는 그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길 바래. 너의 행복을 빌어. 네가 네 꿈을 이루어서 행복하면 나도 참 좋을거야.’의 의미로 들렸다...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연애와 사랑에 대한 십대들의 이야기』, 바다출판사, 2016. 성인이라면 청소년 시기를 거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인권은 억압되고 있다. 나 또한 청소년혐오를 해왔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닫기 시작했다. 처음 읽을 때는 당장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찬찬히 생각하느라 독서 속도가 느렸다. 어느정도 읽고난 다음에는 속도가 붙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청소년의 연애나 관계를 교칙이나 가정의 압박 같은 것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여기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문제’를 제대로 짚어낼 때, 일반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법과 성적 의사소통 방식을 그대로 가르치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제공하는 등 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데에 힘쓸 수 있을 것이다(한..